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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간통죄에 반대했나

부산인터넷뉴스 2007. 9. 13. 17:24

2007년 9월 13일 (목) 13:58   세계일보

4인의 재판관, 그들은 왜 간통죄에 반대했나


“특정인을 정치·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함정 또는 재물을 갈취하기 위한 미인계(美人計)가 가능하며, 어쩌다 우연히 실수를 저지른 부녀에 대한 폭력배 등의 계속적인 성적 침해나 재물 갈취 등 더 큰 해악이 발생할 수 있다.” (김양균 헌법재판관, 1990년)

“간통에 대한 처벌은 이미 애정과 신의가 깨어진 상대 배우자만을 사랑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그 당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함으로써 성적 예속을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권성 헌법재판관, 2001년)

서울북부지법 도진기 판사에 이어 대구지법 경주지원 이상호 판사도 형법 241조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고 나섰다. 헌재는 지금껏 3차례 간통죄를 ‘합헌’으로 판단했지만 모든 재판관이 동의한 ‘전원일치’ 결정은 아니었다. 간통죄를 위헌으로 본 역대 4명의 재판관 중 위에 소개한 김양균·권성 두 전직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특히 유명하다.

◆“인간에겐 사생활 은폐권이 있다”=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처음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1990년 9월10일의 일이다. 한해 전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89헌마82)을 심리한 결과였다.

결과는 6 대 3의 합헌. 위헌 진영 재판관이 3명이나 된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소수의견에 속한 3명 중 2명은 간통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토록 한 규정에 반발한 것이니 ‘간통 처벌 = 위헌’이란 논리에 온전히 동의했다고 보긴 어렵다. 간통죄 자체의 위헌성을 지적한 이는 고검장 출신 김양균 재판관이었다.

당시 김 재판관은 ‘사생활 은폐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간주한 뒤 간통죄가 이를 억누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소수의견에선 “간통의 형사처벌을 성질서 또는 성도덕이라는 가치의 보호만을 앞세워 감행한다면 자칫 ‘과잉처벌’의 폐단이 생겨날 우려가 있다”며 “간통죄는 사생활 은폐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만큼 원칙적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 발족 이래 4번째로 간통죄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의 광경.


◆간통죄 처벌, 왜 징역형으로만?=김양균 재판관이 사생활 은폐권을 들어 간통죄에 위헌 의견을 낼 때 동료인 한병채·이시윤 재판관은 다른 논리를 전개했다. 한 재판관은 4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고, 법원장 출신의 이 재판관은 훗날 감사원장에까지 올랐다.

두 사람은 간통을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엔 이의를 달지 않았다. 다만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해 ‘간통 처벌 = 징역’으로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소수의견을 통해 “간통죄에 징역형만 둔 것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처벌로 기본권 최소침해 원칙에 반한다”면서 “입법자는 앞으로 징역형만을 둔 현행 형법 241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통이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아야 할 만큼 중죄는 아니라고 봤다는 점에서 폐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우선시돼야”=헌재가 간통죄를 놓고 다시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2000∼2001년의 일이다. 그 사이 부산지법 김백영 판사(현 동의대 법대 교수)의 위헌제청 사건(90헌가70)이 있었지만 헌재는 90년 결정례를 그대로 따랐다.

“간통죄는 위헌”이라며 재차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2000헌바60)에서 헌재는 2001년 10월25일 8 대 1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때 ‘유일한 반대자’ 권성 재판관의 소수의견은 간통죄 폐지론자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권 재판관은 간통을 범죄가 아닌 계약 위반으로 간주한다. 그는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의 추궁은 계약법의 일반 원리에 따라 계약 해소와 손해배상으로 그쳐야 하고 형벌을 포함해선 아니된다”고 전제한 뒤 “간통에 대한 제재는 부부관계의 해제, 즉 이혼에 의한 가정에서의 추방과 부양 종결 그리고 위자료 징구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재판관이 가장 중시한 것은 인간의 ‘성적 자기결정권’. 그는 “(간통죄는) 이미 애정과 신의가 깨진 상대 배우자만 사랑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당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하여 성적 예속을 강제한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10조를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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