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저폭력 가정사 아닌 법죄

부산인터넷뉴스 2007. 3. 31. 17:21
가정폭력, 가정사 아닌 범죄…“더는 못참아”
[경향신문 2007-01-03 21:54]    

지난해 12월 주부 ㅇ씨(60)는 수십년 결혼생활을 마감했다. 결혼생활 동안 끊임없이 폭력을 휘두른 남편 김모씨(67)를 흉기로 살해한 것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수십년을 참고 살았건만 결말은 처참했다. 남편 김씨는 차가운 시신이 됐고 ㅇ씨는 살인범으로 전락했다. ‘부부간 폭력’이 부른 비극적인 결과였다.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부부간 폭력을 ‘집안 일’로 여긴다. 남보기가 창피하고 집안에서 쉬쉬하며 넘어가야 할 일로 취급한다. 주된 가해자인 남성도, 피해자인 여성도 폭력이 사회적 범죄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 부부간 폭력은 거침없이 ‘집 밖’으로 나온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폭력사실을 알리고 사회문제화한다. 결혼식 12일 만에 갈라선 탤런트 이민영·이찬씨 커플만 해도 그렇다.

이민영씨가 지난 1일 병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부부폭력 문제는 금방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IMF 경제위기 이후 가족 내에서 가부장적 구조가 무너져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추면서 가정 내 종속관계가 깨졌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 2006년 발표한 ‘2002~2005년 가정폭력 관련시설 운영실적’ 통계를 보면 여성들이 부부간 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부터 법률상담을 요청한 건수가 크게 늘었다. 여성들이 부부간 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적극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미디언 이경실, 김미화씨 등 이미지를 먹고 사는 유명 여성연예인들이 부부간 폭력의 피해자임을 스스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달라진 사회인식도 한몫했다. 지난해 한국여성상담센터에서 발표한 ‘서울지역 가정폭력 실태와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내 기혼남성의 71.3%, 여성의 92.9%가 ‘가정 폭력에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젊은 부부들은 일방적인 지배종속 관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로 사회적 차원에서 가부장적인 구조는 강화됐지만 가정 내에서는 반대로 약해졌다”며 “부부간 폭력이 더 이상 개인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란 인식이 상당 부분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뿌리깊은 ‘남존여비 의식’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부부간 폭력이 불거질 때마다 ‘때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반응이 엄존한다. 인식변화를 위한 사회적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여성상담센터의 김미정 상담팀장은 “폭력 재발에 가장 큰 효과가 큰 것은 상담치료보다 공권력이었다”며 “경찰도 부부간 폭력 발생시 피해자 중심으로 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수·김다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