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사건 3년후…가해자 없고 피해자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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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1명의 고등학생이 약 1년간 만 14세 여학생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성폭행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까지 자행한 이 사건 발생 후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러나 현재 가해자들은 사회활동에 아무런 제약없이 살아가고 있는 반면, 피해자는 아직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운 상태다.
16일 방송한 MBC '뉴스 후(연출 최원석)'는 '밀양 성폭행 사건, 그 후'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허술한 법 제도 속에서'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는' 성폭행 범죄의 이면을 파헤쳤다.
방송에 따르면 3년 전 성폭행 사건 가해자 41명 중 형사처벌을 받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울산지검이 처벌대상으로 간주한 20명 중 10명이 소년부로 송치됐고 그 중 5명이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사실상 전과가 남은 가해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
이들이 재학중이던 대부분의 고교도 가해자들을 징계조치하지 않았고 2개 학교에서만 '3일간 교내봉사활동' 등 가벼운 벌을 내렸을 뿐이다. 이후 정상적으로 고교를 졸업한 가해자들은 현재 군복무중이거나 사회인·대학생이 돼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반면, 피해자 박수진(가명)양은 사건 후 서울로 이사해 전학을 시도했지만 '성폭행 피해자'라는 이유로 다수 학교로부터 전학을 거부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전학을 허락해 간신히 다니게 된 어느 고교에는 한 가해자 부모가 아들의 처벌완화를 위한 탄원서를 써달라며 박 양의 교실로 무작정 찾아와, 이에 겁에질린 박 양은 학교를 또 휴학할수밖에 없었다.
또, 가해자 부모들이 알콜중독 상태인 박 양의 아버지에게 돈을 미끼로 합의를 종용하자 박 양 아버지는 친권을 근거로 서울에서 정신과 치료중이던 박 양을 다시 울산으로 데리고 와 가해자측과 합의하도록 강요한 사실 등 돈 때문에 가족에게 이용당한 기막힌 사연도 밝혀졌다.
이처럼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사회적 편견과 법적 무관심 속에 정신적·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어하던 박 양은 결국 지난 달 가출해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간 서울에서 박 양을 돌봐온 박 양의 어머니는 "먹기만 하면 토하거나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 섭식장애와 우울증,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다 얼마 전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갔다"고 털어놓았다.
방송은 가해자는 아무런 법적 처벌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피해자는 죄 지은 듯 숨어지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더 큰 상처를 입게 된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에 대해 법·제도적 오류와 사회적 편견을 지적한다.
사건을 담당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이 '충동적이고 우발적'이며 '피해자가 평온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가해자들에게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1년 간 지속된 성폭행인 데다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사건 후 학교를 장기결석했다는 점을 볼 때 이는 재판부가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조사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청소년 강간죄는 피해자 측이 고소해야 성립하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이미 합의가 이뤄진 밀양 사건은 더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나 사건 수사 당시 41명의 가해자와 박 양이 직접 얼굴을 맞대게 하는 등 피해학생의 정신적 충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찰의 수사방식도 제도적 오류로 꼽혔다.
피해자를 대하는 지역사회의 편견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사건 후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 밀양시민의 64%가 '밀양 성폭행 사건의 책임은 여자에게 있다'고 답변했다. '바르지 못한 가정교육 등에서 비롯한 불건전한 피해자의 행실이 성폭행의 주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지역민들의 인식에 사건 당시 한 가해자도 "같이 좋아서 성관계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피해자는 왜 처음부터 신고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방송 후 시청자들은 '미성년자라도 성폭행같은 중범죄는 처벌을 무겁게 해야 한다'(ID PLO***) '법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성폭행 피해자를 마치 '죄인'처럼 대하는 모순적인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밀양 사건은 길거리에서 조직폭력배에게 폭행당해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두고 손가락질하며 죄인 취급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ID OWE***) 등의 의견을 통해 밀양 사건대처 방식에 대한 비판 의견을보였다.
[밀양 성폭행 사건에 대해 방송한 MBC '뉴스 후' 사진제공=MBC]
(장서윤 기자 cie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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