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남성간 성추행도 처벌받나..

부산인터넷뉴스 2007. 5. 15. 21:16
[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직장인 Y씨(29·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거래처 간부와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진 뒤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 같은 남성인 그 간부는 10여분간 입맞춤을 시도하며 Y씨의 몸을 거칠게 더듬기도 했다. Y씨는 원치 않았지만, 술에 잔뜩 취한데다 거래처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어 제대로 뿌리치지 못했다.

성추행이 남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Y씨는 이튿날 불쾌감 속에 눈을 떠야 했다. 흔치는 않지만 남성 사이에도 성추행 또는 성폭행이 벌어진다. 군내 성추행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대중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자"며 접근한 뒤 껴안거나 몸을 더듬는 경우도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남성 성추행 피해자들에게서 상담 전화가 오기도 한다"며 "지금까지는 직장상사 등 여성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남성보다 남성간 성추행을 당했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간 성추행의 피해자들도 국민정서상 이를 문제삼기가 쉽지 않다. 그랬다간 주위에서 "째째하게 군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렇다고 상담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대부분의 성폭력 상담센터들이 여성 피해자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 남성 피해자에게서 전화가 와도 특별한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고 했다.

설령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고소를 하더라도 남성간 성추행의 가해자는 불구속 처리되는 등 경미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서울 논현동의 사우나에서 자고 있는 남성의 민감한 부위를 만진 남성 가해자도 피해자가 처벌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결국 불구속 처리됐다.

그렇다면 Y씨의 경우라면 어떨까? 아예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형법상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추행을 한 경우 '준(準) 강제추행'으로 보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론상으론 만취 상태였던 Y씨에 대해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술을 마시고 택시까지 동승했다는 점 등 '일방적인' 강제추행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다.

전상귀 변호사는 "남성들끼리 스킨십을 통해 친밀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관습으로 볼 때 Y씨의 가해자를 형사상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Y씨가 여성이었다면 강제추행으로 처벌이 되겠지만, 남성에 대해서는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처벌이 어렵다"고 밝혔다.

Y씨가 법적 대응을 원한다면 민사 소송으로 가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받아낼 수는 있다. 민법상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간주돼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전 변호사는 "남성간 성폭력이나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당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형법상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며 "이에 대해 법률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간 강간에 대해서도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형법은 남성간 성행위를 뜻하는 '계간'(鷄姦) 개념을 두고 있지만, 일반 형법에서는 강간죄가 '부녀'를 상대로 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때문에 군대 밖에서는 남성이 강간을 당해도 강제추행으로 다뤄질 뿐이다. 현행 법상 강간범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남성간 강간도 형법상 강간죄로 다룰 수 있도록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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