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안강봉환교수】] 류시화 시인의 시 훔쳐보기- 대중시의 문제점 해부 | |
![]() 류시화 시인의 시 훔쳐보기- 대중시의 문제점 해부 류시화 대중시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대중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방향의 대표주자 류시화의 작품을 거쳐야만이 <대중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순일 것 같다. 다만, 많은 독자들이 선호하는 류 씨 작품을, 의도적인 편견으로 폄하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러나 어느 부분에서는 시의 대중화에 앞선 그의 공적과 함께 시의 전반(全般)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 '문제'임을 전제로, 다음 작품들을 지적하고 싶다. - 작가를 소개해보자. 1957년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詩) 부문 당선. 1980-1982년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 1983-1990년 작품활동 중단, 구도(求道)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작업을 한다. 시집으로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명상서적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민들레 사랑하는 법>, 수필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딱정벌레><달새는 달만 생각한다><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등이 있다. 우선, 시 <그대가…>를 보자.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좋은점] 감각적인 제목/시의 대중화(특성상:감각화) 탁월/선시(禪詩)적 요소의 무게감이 비치는 듯. [문제점] 선시풍(禪詩風)의 흉내가 뵈는 단순, 가벼움/감미로운 언어의 배열/의미를 심는 듯한 인상을 주려는 제스처?/'그리움'이란 표피적 주제 외에 무엇이 있을까, 삶이 배어 있는가? 절실성!/'사랑'은, 사랑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이처럼 표면적으로 다가와 절대적 그리움이란 깊은 언어를 낳을 수 있을까./혹시 이 작품은 그리움을 빙자한 허구적 절실성을 야기(惹起)하려는 혐의는 없을까./중고생들의 깨끗담백한 심성을 자극하는 것은?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겐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좋은점] '무언가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환상주의풍의 감미(甘味)로움/[의미]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는 구절이 눈에 선하다. 여기서 남는 것이 고딕체 부분이다. [문제점] 그 나머지는, 마음 속에 소롯이 남아있어야 할 알맹이가 없다. 그리고,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로 매듭을 지었는데, 이 구절은 결코 새롭지 않다, 일종의 산문이며 단순한 흉내내기다. 즉, 우리들의 감성을 살픗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명상시 종류는 가능하나 비현실성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실함에 덜한 것이 문제. 깊이도 없다. '사랑의 노하우가 없다.' * 소금인형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 간 소금 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 든 나는 소금 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좋은점] 없다. 그래도 이 말은 좀 심한데? 글쎄, 있다면 '당신의 깊이를 재다'라는 표현? 글쎄! [문제점]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바다로 내려 간/소금 인형처럼'의 출처가 묘연하다. 이에 따른 설명도 없다. 불쾌하다. 이게 어디서 나오는 구절, 전설, 이야기일까.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당신의 피 속으로/뛰어 든/나는/소금 인형처럼/흔적도 없이/녹아 버렸네'란 시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자를 위험하게 만든다. 온전한 사랑은 '당신의 피 속으로/뛰어' 들어가지 않는다. 설사 그랬다손 치더라도 '흔적도 없이/녹아버'리는 것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아니다. 위험한, 왜곡된 사랑의 의미-, 이것을 조장하는 시인의 멍든 사랑법이 무섭다는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따스한 것, 무르녹는 것. 또한 건전한 것…. * 봄비 속을 걷다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좋은점] 이 시는 '봄비 속을 걷다/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 [문제점] 구성이 없다. '산→언덕→달팽이뿔→구름'의 흐름을 보라. 구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없다. 그냥 표피적이다. 이건 시에 대한 우롱에 가깝다. 내용도 단순하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란 비유의 직핍,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이라는 비유의 부적절성 등, 도무지 치열함이 없다. 시를 일궈내는(길어내는) 도저한 시적(詩的) 몸부림이 없다. 그냥 붓이 시인이 손끝에서 자유자재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죽은 자''허무''존재''인생''평온' 등, 직접적인 단어들이 눈에 거슬린다. 이건 산문에 가깝다. 이 정도의 가요(!)는 누구나 생각하고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시'를 빙자, 마구잡이로 흉내냈다는 점이다. (이건 시의 정형이 아니다, 억울하다. 혹시나 류 씨가 시 비슷한 품새로 애꿎은 독자를 홀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건 아니다, 싶다….) --- [총평] 전반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바로, 류 씨의 글은 단순한 깨달음식 논리를 마치 의미 깊은 글처럼 시화(詩化)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좋은 시를 흉내내며 좋은 시인 것처럼 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 정말 좋은 시에게 폐해가 온다는 것이 문제다. 시인들에게는 전문적인 독자가 요구된다. 좋은 시, 쉬운 시를 자주 접함으로써 난해시도 독자들 마음에 쉽게 새기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이제 어려운 시를 읽지 않는다. 읽으면서 감각적으로 와닿은 시를 그냥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다 더 심각한 것은 류 씨 작품의 아류(亞流)가 많아져서 전문 독자층을 대거 끌고 갔다는 점이다. 이제 시의 독자들은 한번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 시는 그냥 버리곤 한다. …이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다. 도무지 어렵사리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또 그의 글을 보면, 이 작품이 시인지 산문인지 명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혼란을 느낀다. 그야말로 시의 위기다! 그러나 가볍긴 하지만 좋은 시도 간혹 눈에 띈다. <말하는 잎사귀><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같은 시다. (이 작품들에 대해 서로가 장단점을 논의해보라.) *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 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 치면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 - 문제 : 이 작품에서 '슬픔'의 궁극적 의미가 제시된 부분이 있는가? * 말하는 잎사귀 어젯밤 꿈속에 잎사귀 하나가 내게로 걸어와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자기는 말하는 잎사귀라고 자신의 나무에 대해 그 나무가 서 있는 대지에 대해 그리고 자기를 흔드는 바람에 대해 말하는 잎사귀라고 그 잎사귀는 또 내게 말했다 나 역시 한 장의 말하는 잎사귀라고 나 자신에 대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말하는 잎사귀라고 어느 날 나무에서 떨어져내려 그 반짝이는 가을 물살에 떠내려갈 때까지 그 흙에 얼굴을 묻을 때까지 우리 모두는 한 장의 말하는 잎사귀라고 * [특징] 감미로운 경구(epigram)의 효과…. [명상적 산문시] ---------------------- * 나는 인도에 갔다, 머릿속에 불이 났기에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여행 도중에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사막이 좋았다./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켜 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아름다워 보일 만큼 거리를 두고 서서, 그 불빛들을 바라보는 것이 나는 좋았다./내 정신은 여행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갔다./그것이 내 생의 황금빛 시절이었다./여행은 내게 진정한 행복의 척도를 가르쳐 주었다./그것은 철학이나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것이 아니었다./신발을 신고 나서면 나는 언제나 그 순간에, 그리고 그 장소에 존재할 수 있었다./과거와 미래,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나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숨쉬는 것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여야만 했다./매순간을 춤추어라. 그것이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생의 철학이었다./바람을 춤추어라. 온 존재로 매순간을 느끼며 생을 춤추어라./자신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춤을 추며 신에게로 가라./학교는 내게 너무 작은 것들을 가르쳤다./내가 다녀야 할 학교는 세상의 다른 곳에 있었다./교실은 다른 장소에 있었다./바냔 나무 밑이 그곳이고, 신작로길이 그곳이고, 북적대는 시장바닥이 그곳이었다./사기꾼과 성자와 걸인, 그리고 동료 여행자들이 나의 교사이고 스승이었다./그들이 나는 좋았다. 때로 삶으로부터 벗어나/또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명상이고 철학이었다./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세상이 곧 책이었다./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그 책을 나는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 좁은 행간들 사이로/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그 새로운 길은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들과 히말라야와/열여덟 살에 벌써 아기 어머니된 여인들에게로 나를 인도했다./책은 어디에나 있었다./그것은 시간과 풍경으로 인쇄되고,/아름다움과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로 제본된 책이었다./나는 그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그 책에 얼굴을 묻고 잠드는 것이 좋았다./등장인물들 중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자도 있었고,/학식을 자랑하며 근엄한 체하는 판디트도 있었고,/자기를 학대하는 고행승 사두도 있었다./사리를 휘날리며 들판 끝으로 점점이 사라지는 여인들도 있었다./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또 그 길은 멀었다./여행 속에서 나는 진정한 고독을 알았고,/삶의 의미를 배웠다. 내가 언제나 부러워 마지 않는 사람은 이제 처음으로/배낭을 챙겨 들고 새벽의 인도 공항에 도착하는 사람이다./그의 눈이 곧 맞닥뜨리게 될 삶의 파노라마들, 꽃과 태양,/거지와 성자, 갠지스 강과 시체들,/그런 것들을 나는 미리 알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그는 버스 지붕에 올라앉아 들판을 가로지르기도 할 것이고,/기차의 차창 밖으로 물동이를 이고 멀어져가는/인도 여인들의 자태에 매혹 당하기도 할 것이다./그는 길 위에 떨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매순간 어디로 갈 것인가 망설여야만 하리라./여행은 언제나 좋았다./여행의 길마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니,/그것은 하찮은 자기 연민과는 또다른 것이었다./나는 늘 나 자신을 향해 쓰러졌지만, 또한 나 자신으로부터 일어나곤 했다./내 생의 알리바이는 언제나 여행에 있었다./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잘 입증해 줄 수 있는 것은 곧 여행이었다./여행중일 때, 나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내 앞에 놓인 생을 증명해 보일 수 있었다./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여행 도중에 만나는 버스 지붕과 별과 모래사막이 좋았다./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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