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10대들의 성

부산인터넷뉴스 2007. 4. 19. 20:38

[커버스토리]좌담|10대들이 말하는 우리의 性



“성 얘기 꺼냈다가 부모님께 혼났어요”

창동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박소원양(가명·노원고 3학년), 이진희양(가명·노원고 3학년), 이민재군(가명·도봉고 1학년), 김재영군(가명·누원고 1학년)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10대의 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 1318세대의 성 의식에 인터넷이 큰 영향을 주는가?

이민재 | 예전에는 음란 잡지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클릭 한 번만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음란한 것을 보면서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친구들의 대화 내용도 거리낌이 없다. “너 해봤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쟤들이 미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소원 |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보는 것도 많아졌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별의별 걸 다 볼 수 있다. 음란 동영상을 접한 남자애들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진희 | 요즘 10대 집단 성폭행 사건이 많은데, 인터넷에서 본 것을 따라 하는 것 같다. 여자애들은 그런 동영상을 자연스럽게 피하는데, 남자애들은 동영상을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김재영 | 중학교 1학년 때 동영상을 처음 봤다. 성교육을 올바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음란물을 보니까 성관계가 가볍게 느껴졌다. 그런 동영상을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흥분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남자애들은 ‘여자들이 섹스를 즐기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남자애들은 여자가 술을 마시면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박소원 | 동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여자와 남자가 다른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친구들이랑 동영상을 봤는데,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애들이 그런 것을 본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무척 나빴다.

이진희 | 어떤 학교에서 여자애가 방학 중에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을 하네 마네 하다가 결국 아이를 지웠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모르고 아이들 사이에서만 소문이 났다. 그 남자애가 자랑하면서 소문이 난 것이다. 그 소문을 들은 남자애들이 여자들 앞에서 “되게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정말 충격받았고, 기분이 안 좋았다. 여자애들은 ‘아기가 불쌍하다’면서 안타까워했는데, 남자애들의 반응은 정 반대였다.

이민재 | 중 2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진을 봤다. 역겨워서 컴퓨터를 꺼버렸다. 나는 아직 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낯설지만, 대부분의 친구는 성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너 쳐봤어?(자위행위 해봤냐는 의미)”라고 대놓고 묻기도 한다.

김재영 | 남자끼리 있으면 별 이야기를 다 한다. 자위행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어떤 후배는 자위행위를 할 때 ‘손 스킬’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후배들한테 자위행위만 하고, 성폭행은 하지 말라고 충고할 때도 있다.

이진희 |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동영상을 본다고 하더라.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쓴 책에 ‘수업시간에 멍하게 앉아 있는 애를 보면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써 있었다. 요즘 초등학생은 우리보다 더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소원 | 남자애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적응하기가 힘들다.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진희 | 여자보다 남자들이 성을 더 가볍게 보는 것 같다. 어떤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남자친구 생일에 집에 놀러 갔을 때 황당한 일을 당했다는 거다. 생일파티를 하는데, 주위에서 스킨십을 하라고 분위기를 만들어서 얼떨결에 했다고 한다. 그것을 옆에 있는 친구가 촬영도 하고. 그리고 남자친구가 생일선물로 받은 속옷을 보여준다면서 앞에서 바로 바지를 벗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 고등학교 2학년 125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16%가 성관계를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재영 |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닌 것 같다. 서로 합의하고, 피임해서 안전하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성관계를 할 때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선까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소원 | 두 사람이 합의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졌을 테니까, 별로 상관 안 한다. 이런 애들도 있구나 하고 그냥 넘어간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까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진희 |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모이면, 이런 이야기가 곧잘 나온다. 한 명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줄줄이 나온다. ‘내가 어제 누구랑 잤는데, 그 남자는 더럽더라’는 이야기부터, ‘어떤 남학생은 지저분하다’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든다.

박소원 | 여자애들은 성관계를 했더라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남자애들은 자랑처럼 떠들고 다닌다.

이민재 | 그런데 남녀가 성관계를 할 때 여자애들이 하기 싫다고 하는데도 남자들이 억지로 하는 것이 맞나? 여자애들이 좋아서 한 것은 아닌가?

이진희 | 남자애들은 여자가 싫다고 말하면 ‘뺀다’(내숭을 떤다는 의미)고 착각하는 것 같다.

박소원 | 여자애들이 싫다고 하면 정말 싫은 것이다. 여자애가 세 번까지 싫다고 하면 정말 싫은 건데, 왜 남자애들은 이상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김재영 | 성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민재 | 맞다. 학교에서는 보통 여자의 몸은 어떻고, 남자의 몸은 어떻다는 생물학적인 교육을 받는다. 우리는 ‘너 (성관계) 해봤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학교의 성교육은 너무 구태의연한 것 같다.

김재영 | 성관계로 인해 생기는 피해사례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성교육이 좋을 것 같다.

이진희 | 그런 성교육이라면 모방범죄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재영 |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린 나이에 교육을 받으면 성관계를 함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받는 성교육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섹스는 어떤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부모님이 거부감을 느끼셨는지 나를 혼냈다. 그 이후부터 부모님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 적이 없다.

이진희 | 나는 남녀가 함께 자기만 하면 임신을 하는 줄 알았다. 임신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 후부터 엄마, 아빠가 보기 싫어졌다. 부모님이 그렇게 해서 나를 낳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성교육이 없다보니까 충격을 받은 거다.

김재영 | 나는 성교육을 받기 전에 음란 동영상을 먼저 봤다. 성이 아름답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진희 | 나는 콘돔이 왜 피임기구인지 전혀 몰랐다. 남자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콘돔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거다.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남자의 몸을 알면서 콘돔의 용도를 알게 됐다. 성교육이 너무 부족하다.

박소원 | 나도 집에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TV에서 성관계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징그러워서 하루 종일 울기도 했다. 부모님이 성교육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

- 부모님이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재영 | 아이들이 성에 대해 아는 순간부터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만일 내가 자식을 낳으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성교육을 할 것 같다. ‘애기가 어떻게 태어나?’라고 물어오면 ‘엄마 아빠가 손을 잡아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아닌,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게 좋은 것 같다.

박소원 | 나도 집에서 부모님과 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어느 날 뉴스에서 10대 성폭행에 관한 것이 나왔다. 엄마와 같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너 경험해봤니?’라고 물어오는 거다. 그때 엄마가 너무 생뚱맞아 보였다. 그동안 성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민재 | 나도 어렸을 때 그런 것을 물어봤는데, 부모님이 ‘그런 것 말하면 안 된다’면서 혼을 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해줄 것 같지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렵다.

박소원 | 부모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우리가 물어보기 어렵다. 부모님이 먼저 아이들한테 다가가야 한다.

이진희 | 나도 집에서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 언니가 대학생인데, 엄마와 언니가 장난처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내 앞에서 왜 저런 이야기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언니와 엄마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색하다.

김재영 | 여자친구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밤에 물을 먹으러 나왔다가 아빠가 이상한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충격받았다고 한다. 어른들도 그런 동영상을 보는데, 왜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 부모님은 자식이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소원 | 남자친구가 있을 때에도 학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진희 | 이성친구와 성적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자들은 남자친구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김재영 | 악영향도 있을 수 있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하지만 이성친구를 사귀면 스스로 자격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도 있다.

박소원 | 나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엄마한테 이야기를 한다. 용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데이트를 하려면 엄마한테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는 내가 남자친구 사귀는 게 불안하기만 한 것 같다. 데이트를 하고 오면 어디 갔는지, 뭘 했는지 꼭 물어본다.

이민재 | 부모님은 이성친구와 스킨십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박소원 | 맞다. 나도 데이트를 하고 오면 엄마가 손 잡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김재영 | 나는 이성친구가 생기면 서로 합의하는 부분까지만 스킨십을 할 것 같다. 물론 성관계는 아니다. 만일 여자친구가 스킨십을 싫어하면 안 할 것이다. 거부당하면 민망할 것 같으니까.

이진희 | 나는 남자친구와 키스 전까지만 스킨십을 할 것 같다. 뽀뽀는 괜찮지만, 키스는 좀 그렇다. 다른 사람의 신체가 들어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이상하다.

이민재 | 나는 가벼운 스킨십까지만 할 것 같다. 뽀뽀도 못할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는데, 기성세대는 우리를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박소원 | 10대가 문란하다고 말하는데,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올바른 성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재영 | 우리를 혼내기 전에 먼저 타일러줬으면 한다.

이진희 | TV에서 10대의 문란한 모습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건강하게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까지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재영 | 기성세대도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을 먼저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를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말고, 학창시절에 겪는 것이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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